출제오류

"수험생 무시하는 '산인공' 갑질"…들끓는 '공인중개사 시험' 문제오류 논란

납작복숭아

[아시아타임즈=이선경 기자] 수능 다음으로 응시생이 많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오류로 지적받고 있는 가운데 응시자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산인공) 측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는 모습이다. 

응시자들은 산인공에게 △반복되는 문제오류에 대한 해명 △의견제시된 문제에 대한 기각 사유 △신중한 문제출제 및 충분한 검토기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산인공은 "매뉴얼대로 시행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밀어붙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최근 응시자가 수만명씩 불어나며 올해 32만명이 응시하는 인기 시험 종목이 됐다. 14일 산인공에 따르면 원서접수자는 지난 2016년 27만3000명에서 지난해 30만5000명, 올해 32만명으로 늘었다. 취업난으로 2030층의 젊은 응시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으로 응시자가 많은 국가자격시험에 등극했다.

하지만 국가자격시험에서 문제오류로 의심되는 문항이 31개나 발생하고 시험 주최 측인 산인공의 명확한 응답이 없자 응시자들은 집단행동을 계획했다. 지난달 27일에 치러진 '제29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생들은 지난 9일 광화문네거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위 활동을 벌인 데 이어 오는 20일 12시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응시자들로 꾸려진 '공인중개사 대책위원회'는 "산인공은 의견수용이 된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응시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수용여부에 따른 문제해설이 아니라 공론화 돼 있는 의견제시 문제들(소수의견 제외 31문제)에 대한 기각사유"라고 강조했다.

공단과 응시자들의 마찰은 '의견제시'에 대한 입장차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매년 시험이 끝난 뒤 응시자들에게 7일 동안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받는데, 이 기간 등록된 의견을 토대로 '정답심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의견을 수용 또는 기각하고 산인공은 이 결과를 60일 동안 큐넷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합격자발표 기간동안 고지하는

반면 응시자들은 정정된 문제 뿐만 아니라 기각된 의견제시 문항에 대해서도 근거 등을 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항에 대해 법률, 판례 등 적정 근거까지 들어 제시한 의견이 일방적으로 묵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응시자들은 이를 산인공의 명백한 '갑질'이라고 주장하며 오랜 관행을 버리고 수험생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의견제시는 가답안에 대한 최종정답 확정에 있어 고객님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과정"이라며 "행정심판위원회와 행정법원에서도 정답심사위원회의 회의과정은 수험생들의 오해, 시험운영, 관리에 있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계자는 "민원을 넣을 경우 공단 측에서는 하나하나 답변해드리고 있다"며 "관련해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민원을 남겨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원을 넣었다는 응시생 A씨는 "민원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남겼지만 '의견제시는 응시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일 뿐 일일이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는 것을 전제로 한 제도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답변에는 '시험시행계획 공고시 가답안 의견제시에 대한 개별회신 및 공고는 하지 않으며 합격자 발표시 공고한 최종정답 발표로 이를 대신한다고 공고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응시자들은 매년 똑같은 문제오류 지적이 되풀이되고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가 산인공이 문제 출제 시 충분한 출제인원과 검토시간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출제위원들이 과연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선발기준을 공개하고 문제출제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응시생 B씨는 "산업인력공단은 문제오류에 대한 아무런 해명없이 한 줄 정답발표로 갈음하는 등의 일방적인 불소통을 벌이고 있다"며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충분한 검토기간을 두지 않아 매년 이러한 오류들이 발생하는데 대한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앞으로의 시험에 대한 개선방안들을 요구하는 바"라고 호소했다.

응시생들의 말처럼 실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출제자는 수능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과 비교해 출제위원 수는 5배, 출제 기간은 2배 이상 적었고 수당은 10만원 가량 높게 책정돼 있었다.

먼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 수험생은 59.4만명이며 수능출제위원의 문제출제 및 합숙기간은 46일로 늘어났다. 수능 준비를 위해 합숙하는 인원은 대략 △출제위원 300여명 △검토위원 200여명 △보안요원·의사·간호사·조리사 200여명 등 700여명이다. 출제·검토위원은 시도교육청 등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며 하루 약 30만원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공인중개사 시험은 응시 수험생이 32만명이며 출제위원의 문제출제 및 합숙기간은 2주정도다. 이를 위해 합숙하는 인원은 △출제위원 50~60명 △행정직원 50~60명 △지난해 상위 합격자로 구성된 모의고사평가단 30여명 등이다. 출제위원은 학계, 산업계 등에서 선발기준의 자격을 갖춘 자를 대상으로 인력풀을 구성해 선정심의위원회를 통해 위촉하며 하루 약 4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수년 전 공인중개사 시험문제를 출제한 경험이 있는 서울 유명 사립대 한 교수는 "1차와 2차 시험 각 과목별로 시험위원을 모은다. 부산에 공단 출제사무소가 있어 2주정도 연금을 시키고 갇혀서 출제한다"며 "출제 후에는 모의고사평가단이 시험문제를 풀고 결과를 가지고 통계학과 교수들이 문제 난의도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c. 아시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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