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오류

산업인력공단, 산림기사 이의제기 대응한거 봤음?

자격증 따야되는데...
수험생들, 전문가 자문·산림청 자료 등 근거 이의제기… 결과는 그대로, 공단 근거 ‘확인불가’
  • 입력 2020-10-08 14:19
  • 수정 2020-10-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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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인 휴게실 네이버 카페 게시물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산림기사 3회차 시험에서 전문가 의견과 산림청 자료를 근거로 한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어떤 근거로 답을 확정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산림 실무 경력을 갖추고 나무의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수험생 A 씨는 수목생리학에서 저명한 교수의 자문, 산림청 자료, 법적 근거를 토대로 A형 36번(B형 33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산업인력공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A 씨는 “1·2회차 통합시험에서도 어떤 근거인지 밝히지 않은 채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3회차에 이어 4회차에서까지 1년 내내 문제 오류가 나오면서 공단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고자 제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논란이 된 지문은 3회차 시험에 있는 “기상으로 인한 수목 피해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이다. 보기로 제시된 것은 ①“일반적으로 저온에 의한 피해를 한해라고 한다” ②“만상과 조상은 수목 조직의 세포내 동결에 의한 피해이다” ③“만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연륜을 상륜이라고 한다” ④“결빙 현상이 없는 0︒C 이상의 저온 피해를 한상이라고 한다” 였다.


A 씨에 따르면 산림청 ‘산림임업용어사전’을 근거로 살펴보면 1번은 한자 및 영문의 표기가 없을 경우 한해는 크게 drought injury, 旱害 와 cold damage, 寒害로 모두 해석이 가능하다. 4번은 0℃ 이상의 저온 피해라고 했을 때 냉해라고 하는데, 이는 0℃ 이하의 저온피해인 동해를 포괄하는 내용이다.


2017년 발간된 『수목생리학』에 ‘동해’ 관련 기술이 있다. 동해의 증상을 늦서리(만상)와 첫서리(조상)에서 찾고 있으며 동해의 원인을 “온도가 빙점 이하로 내려갈 때, 세포내에서 얼음결정(ice crystal)이 형성되어 세포막을 파손”시키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2019년 발간된 『삼고 산림보호학』에서는 기온이 어는점 이하로 내려가면서 세포 내부의 원형질과 세포액이 어는 세포 내 동결이 일어나면 원형질의 탈수와 콜로이드 구조의 파괴로 그 세포는 기능을 잃고 죽는데, 자연상태 하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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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 산림보호학』 저온에 의한 피해 부분

 


A 씨는 “‘좀처럼’이라는 말은 ‘거의’ 또는 ‘어쩌다가 한번’ 정도로 해석될 수 있어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온도가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완만하지 않게 내려가면 세포 내 동결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 문항의 지문은 옳지 않는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고로 정답을 제외하고는 모두 옳아야 한다. 이 지문을 가장 많이 정답과 가까운 것(가장 많이 옳지 않은 것)은 이라고 해석했을 경우, 애초에 문제 출제의도와 거리가 먼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문항 관련 담당자가 어느 정도로 경중을 고려하고 정답심의를 했는지 모르겠다. 허나 본 문항 관련, 인터넷 카페를 통해 확인되는 바로는 이의제기를 한 사람만 최소 5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분노를 표했다.


산업인력공단은 A 씨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2번을 답이라고 규정해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A 씨는 국민신문고에 수목생리학 전문가 자문내용 등을 첨부해 이의제기 관련 정답 심의 방식과 담당자의 의견, 이의제기 문제 정답 확정 시 의사결정 적법성 여부를 묻는 민원을 신청했다.


A 씨는 “산림기사 관할은 산림청이고, 산업인력공단은 대행기관이다. 산림청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는데 묵살한 공단이 과연 대행자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문이다. 무책임하고 아무 관리도 안 되는 것 같다”며 기관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한 문제 때문에 합격, 불합격이 결정된다. 1년에 세 번 치러지는 시험이라 불합리한 점이 있어도 대응보단 다음 시험 준비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이런 일들이 묵인돼 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산업인력공단 직원들의 역할은 무엇이고 문제 오류로 인한 피해는 수많은 수험생이 져 왔을 텐데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해당 문제에 대해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만상(겨울지나 늦서리)은 초봄, 늦봄에 나타나는 늦서리 피해이고 조상(겨울오기 전에 첫서리)은 늦가을에 나타나는 첫서리 피해다. 밤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빙점 가까이 또는 빙점 이하로 떨어질 때 나타나는 피해로 원인을 ‘세포 내 동결’ 만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 냉해와 동해를 저온피해 또는 한해로 총칭한다”고 설명했다. 


‘세포 내 동결’만으로 한정하기는 어렵지만,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경준 서울대학교 나무병원 명예교수는 해당 문제의 보기는 모두 맞는 표현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2번은 분명히 맞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겨울에는 식물 조직 내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 내 동결이 안 일어난다. 영하 80도로 내려가도 버드나무가 안 죽는다. 그 이유는 세포 내에 수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만상과 조상은 영하 3도 내지 5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세포 내 동결이 일어나면서 원형질막이 찢어져 물질이 새어나오는 것이다. 세포 내 동결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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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넷 기술자격 수험자가이드

 

 

이와 관련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대변인실을 통해 지난 산림기사 1·2회 통합시험 임도공학, 3회 시험 산림보호학에서 각 한 문제씩 오류가 있어 이의제기를 했으나 이를 묵살했다는 제보자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공단은 “국가기술자격 필기시험 ‘가 답안’은 시험 종료 당일부터 8일간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이의가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분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최종 정답을 결정한다. 동 건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었기에 수험자 이의제기를 묵살했다는 제보는 사실이 아니다”며 “최종 답안은 특정인 의견이 아닌 다수 전문가(학계, 산업계 등) 의견을 종합하여 ‘가 답안’ 정정 또는 ‘가 답안’을 최종 답안으로 확정·발표하며, 동 건도 동일한 절차를 진행하여 ‘가 답안’을 최종 답안으로 확정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문제들의 정답 근거에 대해서는 “다만 국가기술자격 시험문제는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택하고 있어 답안사유 등 시험관련 정보는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단에서 자문을 구했다는 전문가 명단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조에 의거 시험관련 전문가 명단은 비공개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4회차에서는 “유충시기에 모여사는 해충이 아닌 것”을 묻는 문제의 답을 ‘매미나방’으로 제시해 논란이 됐다. 2010년 기출문제에 집시나방(매미나방)이 ‘군서(모여사는)’한다고까지 나와 있어, 수험생들은 이와 여러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회차에 대해서도 문의했는데 “4회차 시험은 현재 진행 중인 사항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으나, 8일 최종 발표에서 올해 처음으로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해당 문제를 ‘전항정답’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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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 산림보호학』 내용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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