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취업길이 막혀 '코로나 세대'라며 자조하고 절망하는 청년 세대가 공채·자격 시험 주관사의 무책임한 행태에 두 번 눈물짓고 있다. 취업을 준비할 장소조차 마땅찮은데, 정작 취업을 위한 시험날에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발생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
지난 13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관하는 제47회 신용분석사 시험 3교시 종합신용평가 과목은 시작 30여분 만에 중단됐다. 신용평가 종합사례를 분석하는 이 과목은 제시된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주어진 자료집에 오류가 있었고, 결국 응시자 2천여명은 결국 귀가조치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5일 사과문과 함께 재시험 일정을 공지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차 확산하는데 응시자들이 대구와 서울 등 전국 5개 지역·7개 고사장으로 다시 이동해야 하는 탓에 감염 위험이 따르고 다른 시험들과의 일정 겹침이 발생할 수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또 재시험 일정으로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응시자 편의'를 고려해 시간과 장소를 달리한 3가지 안 가운데 한 번을 응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응시자들은 문제 난이도 등 여러 요건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응시자 A씨는 "취업 또는 승진을 위해 코로나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 왔는데 자료 하나 제대로 검수하지 못했다는 점에 화가 난다"며 "시험 중단 당일 한밤중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무성의한 사과문을 올린 것도 모자라 월요일 오후 늦게나 돼서야 후속조치를 발표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같은 날 전국 25만여명이 지원한 지방공무원 8·9급 공채시험에서는 자가격리자의 재택 시험을 허용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7일 자가격리 중인 응시자는 재택 시험을 진행하고, 집으로 감독관 1~2명, 간호인력 1명, 경찰인력 1명 등을 파견해 관리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다른 응시자들이 "특정인에게만 집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불공정한 조치"라며 "시험 일정 전체를 미루는 편이 차라리 합당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재택시험을 신청한 자가격리자는 총 3명이었는데, 경북도에서는 논란을 달래고자 폐교 1곳을 빌려 지역내 응시자 1명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전국 28만명이 응시한 기사·산업기사·서비스 자격 필기시험에서도 주관사의 무책임한 행태는 이어졌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시험일을 닷새 앞둔 지난 4월20일 2020년도 1회차 시험을 취소하고 2회차와 통합해 이달 6~7일 기사 시험을, 13~14일 산업기사·서비스 시험을 진행하겠다 발표했다. 당시 응시자들은 일방적 결정에, 깜깜이 결정이라 비판했다.
이후에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접수자에게 응시 취소 및 환불 신청이 가능하다고 공지하면서 자동 환불이 아닌 접수자가 직접 환불 신청을 해야 하도록 조치해 입방아에 올랐다. 자칫 환불 신청을 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여서 응시자의 반발이 거셌다. 게다가 1·2회차 시험이 서로 연동되지 않아 2회차 시험을 다시 신청해야 했는데 이를 몰라 응시 기회를 잃은 수험생도 있었다. <표 참조>
전문가들은 유난히 걸림돌이 많은 올해 취업길에서 상처 입은 청년 세대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함께 이겨내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사회학과)는 "모두에게 처음인 초유의 사태이지만,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시험·채용과 같은 중요한 일정을 관리하는 기관들이 더욱 세심히 준비해야 한다"며 "청년들은 전세계적으로 힘든 현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거시적으로 대비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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