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국에서 실시된 순경 필기시험이 사전 문제 유출과 높은 난이도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문항 오류 등으로 시험에서 탈락한 경우 법적 구제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일부 시험장에 있던 감독관들이 '경찰학개론' 시험 시작 전 오류 문항의 수정 사항을 미리 칠판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험 직후 '책에서 답을 미리 찾아본 수험생들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김창룡 경찰청장은 피해 수험생을 위한 구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자격시험에서 출제 오류 때문에 뒤늦게 소송으로 구제를 받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변리사 시험에서 탈락한 A씨가 복수정답을 주장하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낸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해당 문항은 수험생들이 정답을 선택하는 데 장애를 주기 충분하다"며 "이 문제를 맞혔다면 원고의 점수는 합격 기준을 상회하므로 불합격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판례 가운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오류로 피해를 본 수험생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경우도 있다. 지난 2014학년도 수능에서 세계지리 8번 문항이 11개월간의 소송 끝에 복수정답으로 처리된 사례다.
이와 관련, 지난 2017년 5월 부산고법은 "출제 기관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94명의 수험생들에게 각각 200만~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시험이 어려웠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현실적으로 승소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한다.
'불수능'으로 꼽힌 2019학년도 수능 이후 '학교 수업만으로 대비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천주현 변호사는 "각종 시험의 출제나 채점은 입학, 자격에 요구되는 소양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출제자와 채점자의 재량이 매우 넓게 인정된다"며 "명백한 시험 오류 때문이 아닌 '전년도에 비해 유형의 변화가 심했다',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가 심했다' 등 출제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c. 매일신문 허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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